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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화학물질 사고사례를 통해 본 화학물질관리의 현실

2013.08.27 4307

 

환경오염사고는 대부분이 화학물질과 관련되어 있다. 화학물질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보면 대부분의 사고는 오랫동안 반복적인 작업이 진행되면서 느슨해진 안전관리와 관리부실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화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2012년을 기준으로 석유화학의 3대 제품군인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의 국내 생산량은 21,416천 톤이었으며, 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화학물질 생산량이 약 35% 증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전국 어디에나 있으며, 화학물질의 사고 역시 전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환경오염사고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부각된 대표적인 사례는 낙동강에서 일어난 1991년 3월의 페놀유출사고와 1994년 1월의 유기용제 오염사고이다. 이 사고들은 대표적인 수질오염사고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화학물질 누출에 의한 사고였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환경사고에 대한 인식을 바꾼 전환점이 되었다.

2012년 9월 27일에 경북 구미시에서 일어난 (주)휴브글로벌의 불산 누출 사고는 우리나라의 환경사고 역사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될 사건이다. 지금까지 사고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자체의 위험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미 불산 사고 이후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 화학물질의 안전관리가 국가정책의 중요한 의제로 대두되었다. 또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해 국가의 사고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관계법령과 조직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환경통계연감과 문헌정보에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집계하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약 447건의 화학물질관련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의 유형은 화재, 폭발, 누출로 구분되는데, 화재사고가 총 18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중에는 특히 탱크에 의해 일어난 화재가 68건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폭발사고의 경우는 90건이 집계되었는데, 마찬가지로 탱크에서 이러난 사고가 45건으로 가장 많았다. 누출사고의 경우는 175건이 집계되었는데 화재나 폭발과는 달리 운송과정에서의 일어난 사고가 7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탱크사고가 42건, 배관사고가 47건이었다. 화학물질은 대부분이 산업현장에서 탱크에 저장된 상태에서 배관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누출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또한 운송과정은 차량을 많이 이용하게 되므로 교통사고에 의한 누출사고가 상존한다.

지난 11년간 집계된 사고 자료를 보면 재산이나 인명피해가 큰 것은 화재사고에서 많았으며, 누출사고는 상대적으로 사고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의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화재나 폭발은 사고자체의 강력함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의 규모는 클 수 있지만, 사고현장에서 원인물질이 연소되어 소멸됨으로써 2차적인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에 누출사고는 가장 다양한 발생원을 가지고 있으며, 누출과정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확산이 되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화재나 폭발에 비해 훨씬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화학사고의 형태에 상관없이 사고의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낡은 시설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사용자의 과실이나 정비 불량도 큰 사고원인이 된다. 화학물질사고 중 유독물에 대한 사고만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유독물에 의한 사고는 총 76건이 일어났다. 또한 사고의 유형 보면 작업장 내 유출이 34건이었으며, 운반차량사고가 30건, 폭발 등 기타가 12건이었다. 사고원인으로는 취급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4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비결함에 의한 사고가 18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그 외에는 시설노후화에 의한 사고가 7건, 이상반응에 의한 사고가 4건을 차지하였다. 설비 결함에는 배관 침식이나 이음새 단락 등 정비 불량에 관련된 것이 많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작업장에서 크고 작은 실수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러한 괴리는 높아진 관심도와는 다른 사업장 현실에서 비롯된다. 정부에서는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독물 사업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등 규정이행여부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느슨해지기 쉽다. 또한 사고발생 건수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업체의 왜곡된 경제논리이다. 업체입장에서 보면 작업장 안전관리는 이윤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므로 투자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외주형태의 관리를 선호한다. 1998년 사업장에서 환경관리인 의무고용제도가 폐지되고 환경관리를 대행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이후, 기업체의 환경관리나 안전관리분야에 대한 규제는 꾸준히 완화되어 왔다. 전문적인 환경관리업체를 양성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한 환경관리 대행제도는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기업체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도단속권을 가진 정부의 의지와 안전관리가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다는 업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거기에 덧붙여 필요한 것이 과거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미래의 사고를 대비하는 안전교육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이론보다는 실제사례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체계는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에 많은 역량이 투입되지만 사고가 종료된 후에는 그 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전파하는 체제가 미흡하다. 또한 과거에 일어난 많은 사고들을 전 단계에 걸쳐 분석하고 그 후에 영향을 평가한 자료를 사회적으로 공유한다면 과거의 사고사례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 국가환경기술정보센터 [환경부]